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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활동/poem

영리한 바보처럼 살게 하소서



영리한 바보처럼 살게 하소서

센티아(오재돈)

수백 수천 수만번의 담금질에 단련된 강철만큼
아픔에 무디어진 마음을 갖게 하여주소서
그리하여 바닷가의 고운 모래처럼
안심하고 맨발로 제 위를 걸을 수 있게 해주시옵고
그로인해 제 안의 아기 새 가슴만큼 가녀린 외로움이
봄 햇살 아래 눈송이처럼 녹아들게 하여주소서

사냥감을 쫓아 창공을 가로지르는 매와 독수리와 같이
주위의 아픔들을 놓치지 않을 눈과 통찰력을 주소서
그리하여 망망대해에서 돌고래들이 그리했듯
표류하던 이들을 떠받혀 한 모금의 숨과 같이 되게 해주시옵고
그로 인해 많은 아픔을 인내하고 굳건히 견디어낸 삶이
어둠 속의 등불로 화하여 눈 먼 앞길을 비추도록 하여주소서

벌집 안의 달달한 꿀과 같이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어 줄 입을 갖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입 속의 혀와 같이
그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도록 해주옵시고
그로 인해 귀로 흘러 들어올 고난들이
말로써 행복을 위한 장작개비가 되게 하여주소서

그리고 마침내 낡아버린 누더기가 되어버리더라도
그 누더기마저 추위에 떠는 자에게
한떨기의 온기라도 전할 수 있도록
소소한 쓰임에라도 제 자리를 허락하여주소서
그 끝에는 항시 당신 곁에 머물며
많은 이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 속삭일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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