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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활동/poem

영리한 바보처럼 살게 하소서

by 센티아 2011. 4. 5.


영리한 바보처럼 살게 하소서

센티아(오재돈)

수백 수천 수만번의 담금질에 단련된 강철만큼
아픔에 무디어진 마음을 갖게 하여주소서
그리하여 바닷가의 고운 모래처럼
안심하고 맨발로 제 위를 걸을 수 있게 해주시옵고
그로인해 제 안의 아기 새 가슴만큼 가녀린 외로움이
봄 햇살 아래 눈송이처럼 녹아들게 하여주소서

사냥감을 쫓아 창공을 가로지르는 매와 독수리와 같이
주위의 아픔들을 놓치지 않을 눈과 통찰력을 주소서
그리하여 망망대해에서 돌고래들이 그리했듯
표류하던 이들을 떠받혀 한 모금의 숨과 같이 되게 해주시옵고
그로 인해 많은 아픔을 인내하고 굳건히 견디어낸 삶이
어둠 속의 등불로 화하여 눈 먼 앞길을 비추도록 하여주소서

벌집 안의 달달한 꿀과 같이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어 줄 입을 갖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입 속의 혀와 같이
그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도록 해주옵시고
그로 인해 귀로 흘러 들어올 고난들이
말로써 행복을 위한 장작개비가 되게 하여주소서

그리고 마침내 낡아버린 누더기가 되어버리더라도
그 누더기마저 추위에 떠는 자에게
한떨기의 온기라도 전할 수 있도록
소소한 쓰임에라도 제 자리를 허락하여주소서
그 끝에는 항시 당신 곁에 머물며
많은 이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 속삭일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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