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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아의 재미난 이야기/영화 감상평

127 시간

[ 이미지 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

[ 대략적인 줄거리 ]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니언으로 혼자 등반 온 아론 랠스턴(제임스 프랭코). 협곡 사이를 지나다 그만 지탱하던 바위가 미끄러져 협곡 사이에 한쪽 손목이 바위에 끼어버린다. 얼마 있지도 않은 식량과 물로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테고, 가지고 있는 장비는 로프와 날도 제대로 서지 않은 휴대용 나이프뿐이다. 과연, 그는 이곳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것인가..

 

이 영화에서 딱히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 영화에서 그의 말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그의 심정변화에 온 정신을 쏟아 보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던 그의 첫 등장은 무척이나 쿨하고 산뜻했다. 게다가 중간에 발랄한 두 자매와의 만남에서는 넘쳐나는 에너지를 느끼며 앞으로의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그 주변 풍경과 그들의 에너지에 푹 빠져있었다. (세상에, 그 아름다운 빛깔의 물웅덩이라니! 영상을 통해서 보았을 뿐인데도, 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과의 헤어짐이 있은 직후 그에게 닥친 재앙과도 같은 사고는 무언가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스며드는 주인공의 감정에 그 전에 한껏 황홍경에 빠져 허우적대던 에너지따위는 단숨에 날려버렸다.

 

 아마 그도 그랬겠지만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나 역시도 그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그저 할 말을 잊었다. 그가 "fucking rock!!!!" 이라고 외칠 때 내 시선은 그의 손을 짖누르고 있던 바위에 간 것이 아니라 그의 표정을 살피고 그의 억양에 귀를 기울였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니.. 맙소사!

 

 도와줄 이도 하나 없는 협곡 사이에 그가 홀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에 차마 바라보고 있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중간 중간 그가 현실도피를 하며 망상속에서 협곡을 탈출하는 것을 보며 대체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그의 망상인지 살피는 데에 신경을 곤두서며 그를 관찰했다.

 

 사람이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지나왔던 과거를 보게 된다던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과거는 오로지 죄책감, 후회, 아쉬움, 미안함, 되돌리고 싶은 것들 투성이었다.

 

 아! 나도 저럴 것인가? 아니, 누구나 저럴 것인가? 그의 시선에서 그의 감정에서 생각하고 느껴보려 하니 막상 나 역시도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결국 한계에 다다랐을 때가 되어서야 결단을 어렵사리 내리고 팔을 잘라내지만, 그를 바라보며 분명 누군가는 저렇게까지 살아야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난 그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그 무딘 칼로 팔을 잘라낼 수 있으랴? 칼날이 제대로 듣지도 않아 힘줄을 자를 때에는 자른다기 보다는 끊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윽! 그 고통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 지금도 미간이 찡그려지며 머리가 지끈거린다.

 

 영화를 보며 그에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욕구도 아니며, 그의 모험심도 아니었다. 물론, 그러한 점도 배워야 할 점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보다도 더 그에게서 절실하게 느끼며 배웠던 점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충실함보다 그 주변에 모든 인연들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배려에 대한 것이다.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다. 영화에서 그가 말한다.

 

저 바위는 원래 그곳에 있었고, 자신이 준비해 놓은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왔다. 삶의 무게. 그가 주변에서 눈을 돌리고 외면한 채 자신 안에서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 얼마나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후회하였는지 우리는 그를 유심히 관찰해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