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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활동/영화 속 이야기

라푼젤 - 고델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라푼젤의 이야기랍니다. 사랑하는 저의 딸의 이야기지요. 라푼젤은 금발의 머리가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예쁘게 빛이 나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답니다. 아마 제가 이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은 마법이 이루어낸 기적이 아닐까 생각이 된답니다.


제 이름은 고델이지요. 믿겨지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제 나이는 수백살이 넘어 저조차도 제가 몇 살이나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답니다. 거짓말같다고요? 하지만 사실이랍니다. 제가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옛날 옛적에 한줄기의 빛이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태양에서 떨어진 빛이었지요. 이 한줄기의 빛은 땅속에서 자라나 마법의 금빛 꽃(Golden magic flower)이 되었어요. 이 꽃에는 병들고 다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놀라운 마법의 힘이 있었답니다.

우연히도 저는 숲 속에서 이 꽃을 발견하게 되었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요? 사실 그건 정말로 간단한 일이었답니다. 제가 할 일은 꽃에게 특별한 노래를 불러주고 기적을 바라는 일이었을 뿐이었거든요.


『 Flower gleam and glow, let your power shine
꽃아 반짝 반짝 빛나라, 너의 힘이 빛을 발하게 해

make the clock reverse, bring back what once was mine
시계를 거꾸로 돌려, 내 것이었던 것을 되돌려다오

what once was mine
한때 내 것이었던 것을 』


보이시나요? 젊어진 저의 모습이. 아, 이 꽃의 기적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놀랍군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저는 그만 꽃을 도둑맞게 되었답니다. 왕국에 아이를 가진 여왕이 그만 몹쓸 병에 걸려버렸었거든요. 왕국에서는 여왕과 여왕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꽃을 찾아 수색에 들어갔지요. 그리고 결국은 저의 마법의 꽃을 찾아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들의 눈을 피해 저는 몸을 숨기었지만 꽃은 지키지 못했었죠. 눈 앞에서 꽃을 도둑맞은 것이었어요.

꽃은 여왕의 병을 치유했답니다. 하지만 꽃은 더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바보같은 왕국에서는 꽃에게 기적을 기도하지 않았답니다. 그들은 꽃을 죽여 그 힘을 빼앗았지요. 그것을 모르던 저는 왕국으로 제 꽃을 찾으러 숨어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운명을 만났지요. 그래요. 라푼젤. 그 아이를 만난 것이에요. 마법의 꽃의 기적은 사랑스런 라푼젤에게 깃들어 있었어요. 저는 그것을 알았지요. 라푼젤의 금발 머리에서 꽃과 같은 빛이, 기적의 빛이 발하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라푼젤의 머리카락 일부만 잘라내어 가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머리를 잘라내면 기적의 힘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답니다. 게다가 아름다운 금발머리는 칙칙한 갈색 머리로 변하고 말았지요.


저는 무척이나 당황했답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저는 늙어 죽어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거든요. 하는 수 없이 저는 라푼젤을 데려가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래요. 이것은 나쁜 짓이에요. 저는 라푼젤을 왕국에서 왕에게서, 여왕에게서 납치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먼저 저의 것을 도둑질해갔으니 이것으로 비긴 걸로 치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왕국의 눈을 피해 숲 속 깊은 곳의 저만이 알고 있는 탑 속으로 라푼젤과 함께 꼭꼭 숨어버렸답니다. 아무도 모르는 저와 라푼젤만의 탑이죠.


라푼젤은 정말 사랑스런 아이였답니다. 말도 잘 듣고 너무나도 예쁘고 착한 아이로 자라났지요. 게다가 우리 라푼젤은 그림도 몹시 잘 그렸답니다. 그녀를 세상 밖으로 내보일 수는 없었지만 아마 나의 라푼젤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착하고 재주많은 아이일 게 분명했지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기적의 힘은 그저 라푼젤의 작은 장점에 불가했답니다. 그런 것 보다는 라푼젤에게는 더 좋고 많은 장점들이 있답니다.


"오, 사랑스런 나의 라푼젤! 보이시나요? 다정한 우리 모녀의 모습이? 우리 라푼젤의 모습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그녀는 저의 하나뿐인 자랑이랍니다."


오늘은 정말로 특별한 날이랍니다. 라푼젤의 18번째 생일이거든요. 라푼젤을 위해 오늘은 특별히 라푼젤이 좋아하는 개암나무 땅콩 스프를 끓여주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스프의 재료인 파스닙은 찾기가 좀 힘들지만 오늘은 라푼젤을 위해 힘내보려합니다. 사실 전에 파스닙이 자라던 곳을 봐 두었답니다. 호호호.


이 좋은 날 그만 라푼젤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사랑하는 딸이지만, 저는 아이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답니다. 라푼젤이 탑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거든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었나봅니다. 사실 딸아이는 여지껏 탑 밖으로 나가보질 못했답니다. 제가 그러지 못하게 했거든요. 탑은 라푼젤이 마음껏 뛰놀아도 좋을만큼 넓었지만 탑 밖의 세상만큼은 아니었지요. 그런 사실은 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답니다. 만약 라푼젤이 밖으로 나가고, 세상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알게 된다면 분명 왕국에서는 또다시 제게서 저의 하나뿐인 보물을 빼앗아가버리고 말테니까요.

알아요, 알고 있다구요. 이것이 옳지 않다는 것도 알고, 다 제 욕심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전 포기할 수 없어요. 그녀는.. 라푼젤은, 제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인걸요.


오, 하나님 맙소사. 라푼젤이 원하던 페인트를 구하러 먼 곳까지 간 사이에 탑에 침입한 녀석이 있었어요.

그 악랄하고 못된 녀석이 저의 라푼젤을 꼬드겨 달아나버렸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 못된 녀석이 라푼젤을 데리고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한참을 라푼젤을 찾아다니던 저는 겨우 그 아이를 찾아냈답니다.
 

그렇게 찾으러 다녔는데, 기껏 있었던 장소가 악당들 소굴로 유명한 PUB THUGS 라니! 오리고기의 맛은 괜찮긴 하지만 말이에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딸아이가 탈선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이겠지요?
저는 정말 마음이 아프답니다. 애지중지 하던 라푼젤이 이렇게 제 속을 썪이다니. 이게 다 못된 플린 라이더 녀석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 녀석 아주 질이 나쁜 녀석이었더란 말이에요.


현상 수배지까지 붙은 정말 정말 못된 녀석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가지 꾀를 내었지요. 아무래도 라푼젤은 처음으로 나온 바깥 세상에 들떠 제 말을 바로 들을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전 플린 라이더를 쫓고 있던 두 형제를 찾아갔답니다. 이 녀석들도 똑같이 지명 수배자였지요. 플린 라이더에게 복수도 하고, 라푼젤도 무사히 집으로 데려갈 생각이었죠.


플린 라이더가 잠든 사이 라푼젤을 찾아갔답니다. 라푼젤은 집으로 가자는 저의 말에 고집스럽게 반발했지요. 그 말 잘듣고 착하던 아이가 이렇게 말을 안듣다니.. 이건 모두 다 저 못된 플린 라이더 녀석 때문이에요.

"그래, 좋아! 니 마음대로 해! 하지만, 저 플린 라이더는 너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자. 이 왕관을 저 녀석에게 줘 보려무나. 그 때도 저 녀석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지 궁금하구나. 이 엄마는 지켜보고 있으마.
엄마는 알고 있어. 세상엔 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걸 말이다. 엄마의 말이 맞는지 틀린지 한번 시험해봐!"



라푼젤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플린 라이더가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은 계속 되었지요. 라푼젤은 꽤나 즐거워 보였답니다. 플린 라이더도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죠. 저는 점점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꾀를 내었죠. 이 두 형제와 작전을 짰답니다. 이래뵈도 수백년이나 살아온 저랍니다. 저 멍청한 형제녀석들을 꼬드기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죠.


라푼젤은 소원대로 자신이 그토록 소망하던 밤 하늘의 별이 사실은 왕국에서 라푼젤을 기리며 하늘로 올려보내던 등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너무도 행복해 보였답니다. 그래서 더 제 마음은 아파오기 시작했지요. 가능하면 저는 라푼젤과 오래오래 영원토록 함께 살고 싶었거든요.

잠시 뒤면 제 작전대로 두 형제는 플린 라이더를 잡아 배에 태워 왕국의 성으로 보낼테지요. 그리고 라푼젤을 잡아가려 하겠지만 걱정 없습니다. 그 다음에는 제가 두 형제를 쓰러트릴 예정이거든요.


엄마는 누구보다도 강하니까요. 결국 모든 것은 제 생각대로 되었지요. 하지만 라푼젤은 크게 상심했어요. 마음이 크게 다친 걸 보니 제 마음도 먹먹해지는군요.


"그러게, 엄마가 말했잖니. 세상에는 널 이용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잔뜩 있다고.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그렇게 저희 모녀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요. 이제는 아예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곳으로 꼭꼭 숨어버릴 생각이었답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지요. 그것은 저조차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어요. 단 한번도 이런 날이 생길 것이라고는..

탑으로 돌아온 라푼젤은 한동안 슬픔에 잠겨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왕국의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럴수가.. 안돼, 그건 아니야!

무섭게 대드는 라푼젤을 저는 도무지 어찌 대해야할지 몰랐지요. 결국 전 라푼젤을 감금해두고 말았답니다. 사실 그건 무척 잘못된 행동이었지요. 하지만 저도 그 당시엔 감정이 있는대로 복받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니다. 라푼젤을 잃을까 두려워져 제정신이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그 순간에 플린 라이더가 들이닥쳐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말았지요. 결국 전 라푼젤이 보는 앞에서 플린 라이더를 칼로 찔러버렸습니다. 제 생각과는 다르게 이 도둑 녀석이 라푼젤을 마음 깊이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라푼젤은 제게 애원했지요. 제가 시키는 건 모든지 할테니 제발 플린 라이더를 치료할 수 있게 해달라구요. 아시다시피 라푼젤의 머리카락에는 마법의 힘이 있지 않아요?

애초에 저는 라푼젤의 애절한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답니다. 세상에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어디있겠어요. 라푼젤은 플린 라이더 곁으로 다가같지요. 그 때 그 녀석은 라푼젤의 머리를 몽땅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질러버리고 말았어요. 라푼젤의 머리는 저와 라푼젤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과도 같았지요.


보이세요? 그가 저지른 일로 일어나고 있는 이 끔찍한 결과가! 이 비극적인 결과가! 언젠가 라푼젤을 보낼 것을 마음먹고 있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답니다. 이런 식은 절대로 아니었지요. 마법의 힘을 잃어버린 탓에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고 있던 저는 절망에 몸부림쳤지요. 그리고 그만 발을 헛디뎌 탑에서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그것은 그저 불행한 사고였지요. 떨어지던 찰나에 보았던 라푼젤의 놀란 표정을 잊지 못할겁니다. 가엾은 나의 아가. 얼마나 놀랐을까.

어차피 마법의 힘을 잃은 저는 노화로 끔찍한 모습으로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라푼젤에게 보이느니 차라리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지요.

"라푼젤, 나의 딸, 나의 보물. 라푼젤, 슬퍼말아라. 네게서 행복을 빼앗은 이 엄마를 용서해주려무나. 비록 왕국에게서 널 빼앗아왔지만 엄마는 널 진심으로 마음 깊이 사랑했단다. 그것만은 믿어주렴. 사랑한다, 나의 딸 라푼젤. 행복해지렴, 라푼젤, 라푼젤. 나의 딸 라푼젤."





[ 음, 제멋대로 라푼젤의 이야기를 고델의 입장에서 각색해서 써 보았습니다. 생각처럼 잘 써지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내용은 거의 다 쓴 것 같네요. 예상외로 라푼젤의 이미지가 한정적으로 풀려있던 상태라 원하던 이미지 파일들을 끌어다 쓰기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원하던 이미지 파일들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부디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나름 애써서 쓴 것이니까요. 하하, 더불어 읽어보시고 어떠셨는지 짧게나마 느낌을 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그것도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거든요.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